모처럼...

카테고리 없음 2015. 6. 21. 03:13

모처럼 블로그에 들어왔다.

글이란 걸 써본지가 얼마나 됐는지 기억도 안난다.

글 제목 달기도 낯설고...

카톡과 텍스트와 이메일 외에는 한글로 글을 써 본 기억이 올해는 없는 것 같다.

가끔 카톡을 하면서도 이 맞춤법이 맞는지, 띄어쓰기가 맞는지 헷갈릴 때가 있는데

이러다 정말 글쓰는 걸 잊어버리겠다는 생각이 든다.

미국에 오래 살면 한국말도 영어도 둘 다 못한다는 말을 들은 적이 있는데

딱 내가 그 모양이 된 것 같다.


재작년 가을인가,

아마도 여름이 막 지났을 무렵이었던 것 같다.

지두 크리슈나무르티의 책을 두 권 읽고

갑자기 모든게 부질없다는 생각이 들었다.

교회에 대한 회의가 극에 달했을 무렵에 접한 책이어서인지

20대 때 의미도 잘 이해못하며 읽다 놔뒀던 책이어서인지

큰 무게감으로 다가왔다.

지금은 또 다시 잘 기억도 나질 않는데도...


블로그를 엎었다.

이전 내 삶의 기록이라는 측면도 있고

아이들 사진과 볼품은 없지만 내 생각들을 정리해둔 여러 글들이 있었지만

백업만 받아놓고 닫았다.

그땐 그랬던 것 같다. 

너무 바빴고, 조금이라도 정신 팔리는 것은 하고 싶지 않았고

블로그에 있는 내 글들이 다 가짜 같았다.

무엇보다 그냥 다 부질없다는 생각이 들었다.


일년쯤 지나니까 후회가 됐다.

여전히 바쁘고 늘 일에 쫓겨 살았지만

가끔 블로그에 있었던 사진이나 글들을 보고 싶었다.

예전 블로그를 할 때의 감성이 그리웠다.

그래서 블로그를 다시 열었는데

백업 해놓은게 리스토어가 안되는 걸 알았다.

모든게 그렇지만

처음부터 다시 시작한다는 건 쉬운 일이 아니었다.


그렇게 또 일년이 지났다.

그사이 가끔 블로그를 찾았고

예전 블로그 할때 방문했던 다른 블로그들도 봤지만

글은 써지지 않았다.

예전에도 대단한 글은 아니었고 대부분 낙서나 끄적거림 수준이었지만

그나마도 되지 않았다.

차분히 앉아 사진을 정리하고 음악을 들으며 글을 끄적거리던 예전과는

모든게 많이 달라진 걸 알게 됐다.


요즘 들어 내가 너무 메말랐다는 생각이 든다.

과중한 일에 치이거나 바빠서인지

쳇바퀴처럼 반복되는 일상 탓인지

아니면 나이가 점점 들어가며 변해가는 건지

어쩌면 이 모든게 복합적으로 작용했을 수도 있겠지만

분명한 건 예전과는 나 역시 많이 달라졌다는 거다.

감동도 별로 없고 공감도 많이 못하고

그냥 늘 그러려니 하고 사는 것 같다.


토요일 오후에,

피곤한 몸으로 사무실에 나왔다.

휴가 뒤에 밀린 일들을 처리하느라 바쁘기도 하지만

오늘은 혼자 좀 차분한 시간을 갖고 싶다.

휴가 때 그런 시간을 갖으리라 기대했는데

그래서 세 권의 책도 가져갔는데

한 페이지도 열어보질 못했다.

모처럼 토요일 오후에,

사라진 줄 알았던 내 감성과 만나는 시간이 됐으면 좋겠다.



Posted by brandon419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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지난 토요일 오전에, 아무 생각없이 음악을 들으며 운전 중이었는데, 내 마음 속에 있는 내가 나에게 불쑥 던진 질문... 행복에 대한 정의에서부터 최근의 내 마음 상태의 변화에까지 짧지만 많은 생각을 하게 됐다. 그래서 난 지금 행복한가?

더 이상 당위로 살지 말자고 늘 다짐했지만, 습관과 무의식적으로 행하는 일상의 반복적인 생활 속에서 위태롭게 줄타기 하고 있는 나를 보게 됐다. 멈추지 않고 흐르는 시간속에서, 마음은 유유자적하고 싶지만 실상은 떠내려 가지 않으려 발버둥치며 살고 있는 나...

늘 바쁘지만, 가끔은 이런 나와 마주쳐야 한다는 생각이 들었다. 너무 늦기 전에...

Posted by brandon419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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