한 달 여동안 미루고 미루다 드디어 글을 썼다. 짧은 한장짜리 편지, 홀로 한인마켓 앞에서 전도지를 나눠주며 전도하시는 우리 교회 어느 자매님께서 내게 전도용 편지 한장을 써달라고 부탁을 하셨다. 그러겠노라고 대답은 했지만 바쁜 생활 속에서 늘 다른 것들에 밀리기 일쑤였다. 지난 주에 눈이 마주치자 다음 주에는 꼭 해오겠다고 내가 먼저 말씀드렸다. 한 시간여 동안 편지를 쓰면서 그 분의 열심에 부끄러웠다. 한 시간이면 될 것을, 뭐 대단한 글을 쓰지도 못할 거면서 한 달 여동안 미뤄왔나 하는 생각 때문이었다. 똑 같이 바쁜 삶인데도 누구는 쪽팔림을 무릅쓰고 길거리에서 전도 편지를 나눠 주는 분이 있나하면, 단 한시간의 헌신도 기꺼워 하지 않는 내 모습 때문이었다. 어쨌든 이 부족한 편지를 통해서 단 한 사람이라도 자신의 인생을 되돌아보고 하나님에 대해 관심을 갖기를 바라는 마음은 진심이다. 수요일 날에는 간증설교도 해야 하는데 교회 가기 전에 이제 또 그거를 준비해야겠다. 아이들이 지금처럼만 날 내버려둔다면...
텍사스의 여름은 정말 덥습니다. 하지만 결코 끝나지 않을 것 같은 이 더위도 10월의 끝자락에 접어들면 조금씩 서늘해 지고, 할로윈이 지나고 땡스기빙 데이가 다가오기 시작하면 제법 쌀쌀해 집니다. 아마도 이 맘 때가 달라스에서 제일 좋은 시절이 아닌가 싶습니다. 창문을 열고 시원한 바람을 쐬며 운전을 하다, 곱게 단풍이 든 가로수들 사이로 운좋게 온통 핑크빛으로 물든 서쪽 하늘을 보게 될 때면 정말 기분이 좋습니다. 하지만 짧은 가을은 곧 겨울로 바뀌고 그리고 해가 바뀌고 봄이 오고 다시 또 여름이 옵니다. 그렇게 계절이 바뀌고 세월이 흐르고 어색했던 이민 생활도 조금씩 익숙해 지고 아이들은 자라고 그리고 우리의 인생도 흘러갑니다. 영원할 것만 같던 젊음도, 어느 날 갑자기 거울에 비쳐진 낯선 중년의 얼굴을 보며, 더 이상 내게 머물러 있지 않음을 깨닫게 됩니다.
돌이켜보면 그리 길지 않은 우리 인생 속에서 참 많은 일들을 겪었다는 생각이 듭니다. 철모르던 어린 시절, 마냥 즐겁던 학창 시절, 뜨겁게 토론하고 싸우고 사랑하고 아파했던 젊은 시절, 그리고 매일 반복되는 일상 속에서 우직하게 일만 하는 소처럼 세월과 싸우며 살아가는 지금의 이민자 시절까지… 그 안에 우리네 인생이 담겨 있습니다. 기뻤던 일도, 화가 나고 분했던 일도, 슬프고 마음 아팠던 일도, 그리고 즐겁고 행복했던 일도 지금까지의 우리의 짧은 인생에 고스란히 담겨 있습니다. 끝이 보이지 않는 고통의 어두운 터널 안에서, 도무지 끝날 것 같지 않은 불행의 연속선상에서, 참기 힘들만큼 어려웠던 그 아픔의 시간 속에서 몸부림치다 바로 지금 이 자리까지 왔습니다. 하지만 잠시 고개를 들어 하늘을 보면 그곳엔 여전히 눈부시게 파란 하늘이 있다는 걸 알게 됩니다.
꽤 먼 길을 걸어 온 듯 하지만 돌아보면 닿을 듯 가깝게 느껴집니다. 주마등처럼 스쳐 지나가는 지나간 세월의 기억이 마치 어제의 일들처럼 또렷하게 생각나는 것처럼, 아직 가야 할 길이 많이 남은 것 같은 우리의 인생도 그리 길지만은 않음을 짐작할 수 있습니다. 인생의 반환점을 눈 앞에 둔 혹은 이미 반환점을 돈 분들이라도 홀로 모진 풍파를 헤치고 살아온 것 같지만 돌아보면 함께 했던 많은 사람들의 얼굴들이 떠오를 겁니다. 멀리 두고 온 혹은 이미 세상을 떠나신 부모님 얼굴, 사랑했던 형제 자매들 얼굴, 그리운 친구들 얼굴, 그리고 다시 보고 싶지 않았던 사람들 얼굴들까지도… 그들 역시 그들의 삶의 영역 안에서 지금 우리들처럼 살아가고 있겠지요. 어쩌면 앞으로의 우리 인생에서 다시는 못 볼 지도 모를 얼굴들도 있을지 모르겠습니다. 만일 지금 살고 있는 삶이 끝이라면요.
누구나 잘 살길, 행복하길 원합니다. 더 나은 삶과 성공과 행복을 위해 파랑새를 쫓듯 낯선 이 미국땅까지 왔습니다. 하지만 현실은 우리가 생각했던 것과는 늘 다른 모양새로 나타납니다. 결국 우리가 찾는 파랑새는 세상 끝에 있는 것이 아니라 바로 우리 마음 안에 있다는 걸 깨닫게 됩니다. 그리고 고개를 돌려 우리가 걸어온 길을 바라보면 내 두 발자국 옆에 선명하게 남아있는 또 다른 발자국을 볼 수 있습니다. 우리 힘으로 우리 생각으로 살아온 것 같지만 섬세하게 우리 곁에서 우리를 돌보신 분의 손길이 있습니다. 만일 님께서 아직 그 분을 모르신다면 정말로 그 분을 만나실 수 있기를 바랍니다. 그 분 안에서 참 쉼과 안식을 취하시길 바랍니다. 그 분이 주시는 평강과 위로를 경험하시길 바랍니다. 제게 진정한 인생의 의미를 주신 그 분이 님과도 함께 하시길 진심으로 소원합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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달라스 쪽에 사시나요?
전 예전에 알링턴 근처에 살았었습니다. 웬지 반갑군요. ^^
행복한 하루하루 되시길 바랍니다. ^^
네 달라스에 살고 있습니다. 실제로는 달라스 위에 있는 프리스코 라는 도시에 살고 있구요. inuit 님도 전에 알링턴에 사셨다니 저도 반갑네요. 알링턴에는 박찬호 있을 때 야구 보러 몇번 갔었죠, Six Flag도 몇 번 갔구요. 언제 계셨는지, 알링턴에 계셨다면 혹시 UTA 를 다니셨나요? 저는 지금 UTD 를 다니고 있거든요. 아무튼 반갑습니다.^^ 좋은 하루 되세요.
비밀댓글 입니다
그러셨군요, 전 98년도에 달라스에 왔습니다. 아, 그전에 95년 12월에 왔다가 한 5개월 정도 머무르다가 학교 때문에 오레곤으로 갔었죠. 그리고 졸업하고 98년 6월에 다시 달라스로 왔구요. 당시엔 OPT 만 하고 오스틴으로 학교를 갈려고 계획하고 왔는데 살다 보니까 달라스에 계속 눌러있게 되더라구요. 10년이 지나서 지금은 그 때와 많이 달라졌죠, 물론 여전한 것들도 있지만... 알링턴은 많이 변하지는 않는 것 같아요. 이웃 도시인데도 달라스와 포트워스는 느낌이 정말 다르구요. 포트워스는 스탁쇼와 동물원 때문에 몇번 갔었는데, 1시간 거리 도시인데도 잘 안가게 되더라구요. 가끔 생각나시죠? 저도 예전에 살던 도시가 가끔 그리울 때가 있어요. 정확히 말하면 도시가 그리운 게 아니라 그 시절이 그리운 거겠지만요... 언젠가 기회가 되면 예전 살던 곳과 학교를 방문해 보고 싶은 생각이 늘 있어요. 사는게 바빠서 쉽지는 않겠지만서도...^^
정말 덥네요. 체감온도는 100도를 웃도는 듯...
빨리 할로윈데이가 와야 할까 봅니다. 전날까지 덥다가도 그날되면 기온이 뚝! 벌써 기다려 지네요.
네 점점 더 더워지기 시작하는 것 같아요. 제가 일하는 곳은 체감온도가 110는 넘을 거에요. 몇 년을 일했는데도 적응이 안되네요. 올 해는 체력이 딸림을 실감하고 있구요. 빨리 정리가 되도록 기도해 주세요.^^
생각해보니 그렇네요.1995년 여름 그 무덥던 시카고 (그해 약 500여명의 노인분들이 열사하심) 에 도착해 세탁소에서 몇달간 일을 했었어요. 기계에서 뿜어나오는 열기로인해 세탁소 내부가 얼마나 뜨거웠던지 아예 문을 열어놓고 외부에서 들어오는 더운 공기로 내부의 열을 식혔던 기억이 나내요. 그 사정은 달라스 세탁소들이라고 다르지 않겠죠? 휴...아무튼 빨리 정리가 되시길 바랍니다.
창도사님도 경험이 있으시군요. 시카고도 여름엔 달라스 못지 않게 덥죠. 한여름에 세탁소 뒤는 정말 사우나 저리가라 입니다. 덕분에 여름만 되면 저절로 다이어트가 되곤 하죠.^^ 안그래도 요새 다이어트 하고 있습니다. 담에 뵈면 좀 날씬한 모습 보여드릴께요.^^ 6월 한달 동안 7~8 파운드 빠졌는데 8월까지 15파운드쯤 더 빼는게 목표입니다. 주중에 열심히 일해서 뺐다가 주말에 열심히 또 먹어서 다시 찌는 악순환이 계속 되는 것만 막으면 아마도 가능하지 않을까 하는 생각입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