어느새 4월의 마지막 날이다. 내일 한과목만 시험치면 이번 학기도 끝이다. 세달 반이라는 여름방학이 기다리고 있다. 그래서 맘이 바쁘다. 해야 할 일들이 나를 기다리고 있다. 어릴 때부터 시험때면 시험이 끝나고 할 일들이 기다리고 있는 것처럼 지금도 그렇다. 근데 좀 다르다. 그때는 막연히 시험때문에 하지 못했던 일들을 할 계획이었다면 지금은 좀 다른 일들이 기다리고 있다.
졸업을 한 학기 앞두고 진로를 놓고 계속 기도해 왔다. 이제는 때가 된 듯한 싸인이 여기저기서 보인다. 6년 반, 그전에 했던 작은 가게까지 포함하면 8년이라는 시간동안 장사를 해왔다. 내 황금같은 30대를 보냈다. 내 청춘이 아쉽고 아깝다는 생각을 여러번 했다. 어쨌든 이제는 정리할 때가 온 듯 하다. 작은 가게지만, 처음엔 고생도 무지 했지만 그래도 지난 8년간 우리 가족의 생계를 책임져 줬고 직원들과 손님들과 물건 대주는 세일즈맨들과 부딪치며 적지 않은 것들을 배운 것을 생각해 보면 의미없는 시간은 아니었다.
사실 작년에 다시 공부를 시작했을 때는 학문에 뜻이 있었다. 회계학은 앞으로 발전가능성이 무궁무진하기 때문에, 비지니스의 진화(?)에 따라 같이 발전하는 학문이기 때문에 매력이 있었다. 하지만 공부를 하며 내 한계와 환경이 주는 압박이 예상했던 것보다 크다는 걸 인정할 수 밖에 없었다. 쉽지 않을거라는 각오는 했지만 공부만 할 수 없는 입장이기에 일단 Ph.D 과정은 잠정적으로 보류하기로 결정했다. 앞으로 1년이 변수다. 만일 1년 뒤에 공부할 수 있는 환경이 조성된다면 주저없이 도전하고 안된다면 미련없이 포기할 생각이다.
다음으로 관심있는 분야는 Auditing 이었다. 10 여년전 학부 때는 일단 영어 때문에 젖혀놨던 분야였다. 하지만 이번에 다시 공부하면서 새롭게 느낀 것은 가장 내 적성에 맞고 즐겁게 일할 수 있는 분야라는 사실이다. 그동안 내가 미국 사회에 많이 익숙해진 것도 있고 학부 때보다는 조금 더 성숙해져서 인것 같기도 하다. 분석하고 잘못된 부분의 원인을 찾고 대안을 마련하는 식의 접근 방법이 내 적성에 맞는다. 일을 하며 다양한 분야의 기업들을 접하고 많은 새로운 것들을 배울 수 있다는 것 또한 큰 매력이다. 경험이 쌓이면 더 큰 일을 할 수 있는 도약의 계기가 충분히 될 수 있다는 사실에 미련이 많이 남는 분야이기도 하다.
하지만 일의 성격상 한달 중 3주 이상은 출장을 다녀야 한다는 점이 제일 걸렸다. 아이가 셋이 되다 보니까 그리고 큰 애의 액티비티가 점점 더 많아지고 다른 두 아이는 아직도 손이 많이 가는 때라 아내에게 다 맡기고 바깥 일만 볼 수 없다는 현실을 무시할 수가 없다. Internal Auditor 라는 자리가 잠적적인 대안이 될 순 있지만 한 회사내에 매여 있어서 1,2년 뒤면 일이 재미없진 않을까 하는 우려가 있다.
그래서 세번째 옵션이었던 창업 쪽으로 맘을 굳혔다. 신기하게도 반대할 줄 알았던 아내가 순순히 동의를 했고 또 먼저 아이템을 제안했고 그걸로 하기로 결정했다. 정확하게 내가 찾던 틈새시장이 보였고 가능성이 있다는 판단이 섰다. 자금은 가게를 정리하면 얼추 될 것 같고 창업준비는 일단 나와 아내가 맡아서 하고 또 주위에 창업에 필요한 여러 부분에 도움을 줄 수 있는 일들을 하시는 분들이 여럿 계시다는 게 또한 신기했다. 하지만 새롭게 배워야 할 분야가 너무 많다.
일단은 관련업계에 대해 리서치 해야할 것이 엄청 많다. 내게는 낯선 분야이기 때문이다. 또 무역과 관련이 있다보니까 관세와 은행업무에 대한 전반적인 이해도 필요하고 마케팅과 재고 관리와 디자인 분야 그리고 컴퓨터 시스템까지 조금씩은 알아야 한다. 상법과 세법 그리고 회계에 대한 부분은 내가 공부하고 연구해 나가면 되지만 프랜차이즈까지 생각하고 있기 때문에 전문적인 변호사의 도움도 사실 필요할 것 같다. 다행히 비지니스 스쿨에 entrepreneurship 파트가 있어서 가을 학기에 두과목 정도 들을 생각이다. 전공은 이제 AIS 한과목만 들으면 다 끝나기 때문에 편하게 들을 수 있다는 사실 또한 다행이라 생각된다.
하지만 지금은 마지막 시험에 몰두해야 하는데 이런저런 잡다한 생각에 집중이 잘 안된다. 8월에 CPA 시험 일정도 잡혀 있고 겨울에는 CIA 시험도 보려고 계획하고 있어서 그냥 맘만 바쁘다. 정말 한여름밤의 꿈으로 끝나지 않으려면 일단 지금 내 앞에 있는 해야 할 일에 최선을 다해야 하는데... 다시 시작해야겠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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정말 바빠 보이시네요. 그래도 저는 정말 맘만 바쁜데 (논문, 어디서 살까, 취업 등등) 그러면서 정말 내가 하고 싶은 것이 무엇인지 모르겠던데 (아, 공부가 아니라는 것은 알게된 것 같아요. -.-;
, Brandon님은 차분하게 정리하시면서 준비를 잘 해 나가시네요. 아무쪼록 계획하시고 기도하시는 일 모두 잘 진행되기 바랍니다.
그리고 아무리 바빠도 가장이 건강해야 가정이 행복하니 건강 챙기면서 하세요.
감사합니다. 근데 아직 아무것도 정리가 안됐어요. 공부도 덜 끝났고 계획한 시험도 있고 새로운 사업도 준비하고 있어서 그저 마음만 분주할 뿐입니다. 가장의 건강이 정말 중요하단걸 요즘 실감하고 있습니다. 지난 2월에 두달간 감기가 걸린 후 체력이 많이 떨어진 것도 피부로 느끼고 있구요. 지금 또 감기가 걸려서 빌빌거리며 억지로 책을 보고 있습니다. 이제 딸린 식구가 많아서 저보다 제 가족들 생각에 열심히 영양제를 챙겨먹고 있는데 무엇보다 운동 부족이 정말 심각한 것 같아요. 작심삼일이 될지라도 내달부터는 다시 운동을 시작하려 계획하고 있는데 잘 될지 모르겠네요. 댓글 감사합니다, 저도 곧 찾아뵐께요.^^
건강이 최고에요.
건강해야 그 다음에 뭐든지 할 수 있는거니깐요...
화이팅!!!
맞습니다. 모든 걸 다 얻고 건강을 잃는다면 아무 의미가 없는거죠. 격려 감사합니다.^^
시험에 창업까지 하실래면 정말 바쁘실것 같아요.
기도하시면서..평강가운데 한가지 한가지씩 잘 풀어가실거라 믿어요.^^
감사합니다. 이제 시작인데 서둘지 않고 하나씩 준비하려 합니다. 무엇보다도 매일새벽 하나님 앞에 무릎꿇는 시간을 놓치지 않는게 최우선인데, 요 며칠 심한 영적인 훼방을 경험했습니다. 새롭게 다시 시작해야겠습니다.